[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를 둘러싸고 시장의 ‘헐값 공급설’과 다른 분석이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IB)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HBM4 공급이 여전히 빠듯한 데다 가격도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HBM4부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이 본격화하면서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캔터는 지난 10일 FMS 2026 참석 후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현장에서 만난 메모리 업계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FMS는 지난 4~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메모리·스토리지 행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등 주요 메모리 업체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캔터가 행사장을 찾아 업계 관계자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근 시장에서 나오는 '메모리 가격 정점론'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당장 내년에 공급할 HBM 물량도 부족하고, 가격 역시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 4달러·AMD 5달러…HBM4 가격 예상보다 높았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SK하이닉스의 HBM4 가격이다.
캔터는 현장에서 SK하이닉스의 HBM4 가격이 엔비디아에 기가바이트(GB)당 32달러, 브로드컴에 36달러, AMD에 40달러 수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를 비트(Gb) 기준으로 바꾸면 엔비디아 4달러, 브로드컴 4.5달러, AMD 5달러다.
엔비디아가 가장 낮은 가격을 적용받고 있지만 최근 시장에서 돌았던 예상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HBM4 공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SK하이닉스가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큰 폭의 할인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시장 일각에서는 비트당 2달러대 중후반의 가격도 거론됐다.
캔터가 FMS에서 파악한 내용대로라면 실제 가격은 이런 예상과 차이가 있는 셈이다.

물량도 빠듯했다. 캔터는 보고서에서 "내년 HBM 물량이 이미 모두 팔렸고 HBM4 가격도 정해진 상태라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루빈 울트라(Rubin Ultra)'에 들어가는 HBM 사양을 낮추려는 이유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12단보다 8단 HBM을 우선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HBM 수요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캔터가 현장에서 들은 설명은 반대였다. HBM이 필요하지 않아서 적게 넣는 것이 아니라 물량이 부족해 적게 넣는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가 약 1500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량을 유지하기 위해 12단보다 8단 HBM을 우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더 필요한데 못 만든다"…D램·낸드도 빠듯
HBM뿐 아니라 전체 메모리 시장에 대해서도 공급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캔터가 FMS에서 만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보다 5~10%포인트 높으며 이런 차이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스마트폰과 PC 업체들이 제품에 넣는 메모리 용량을 줄이는 현상도 언급됐다. 이를 두고 높은 메모리 가격 때문에 수요가 줄어드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필요한 만큼 메모리를 구하지 못해 제품에 넣는 용량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낸드플래시 전망도 비슷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FMS에서 낸드 공급 부족이 D램보다 먼저 풀리고 2027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캔터는 현장에서 다른 분위기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뚜렷한 수요 둔화 신호를 찾지 못했으며 올해 4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5%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AI 메모리 시장은 HBM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BM의 공급 부족과 높은 가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NAND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할 경우 메모리 업황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캔터는 그러면서 "최근 메모리 주가가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2개 분기 안에 메모리 가격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FMS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는 이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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