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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수십억 쏟아 부은 '스마트우편함' 도입 7년에..."개인정보 등 보안 뜷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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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행복주택 '스마트우편함' 보안기능 치명적 결함 발견돼
LH시방서 기준 충족 못한 제품 전국 51개 아파트 단지 설치...금액 55억여 원 넘어
특정 업체와 유착 의혹 제기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인정보 등 보안 기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이른바 '스마트우편함'에서 치명적 보안 결함이 적발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LH가 보안이 허술한 결함을 발견하고도 은폐하려는 정황까지 포착돼 시공 업체와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LH가 주도적으로 건설한 전국 총 51개 단지 아파트(79.59%)에 A사가 제작한 문제의 '스마트우편함'이 압도적으로 설치돼 있다. 추정 금액만 무려 55억여 원이 넘는다.

지난 5일 취재진이 경기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을 방문해 스마트우편함 기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스마트우편함'은 지난 2017년 말부터 우정사업본부가 IT(정보기술) 보안기술이 접목된 우편함을 설치해 우편물 분실 예방과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등기우편 배달을 자동화해 집배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공기업인 LH가 사업 주체가 돼 건설한 주택단지에는 스마트우편함이 의무적으로 도입돼 있다.

18일 복수의 언론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취재진이 LH가 공급한 경기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을 방문해 취재한 결과, 해당 아파트에는 각 동마다 현관 입구 앞쪽 벽면에는 '스마트우편함'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스마트우편함 상당수가 보안에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집배원이 아닌 어느 누구나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만 입력하면 자유롭게 우편함을 개폐할 수 있게 설계돼 사실상 보안기능이 전무한 상태였다.

문제의 아파트는 지난 2023년 3월경 GS가 시공을 맡아 준공됐다. 지하 2층~지상 23층 11개동으로 공공분양 360세대 등 총 세대수는 800세대에 이른다.

지난 5일 취재진이 경기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을 방문해 치명적 보안 기능 결함이 발견된 스마트우편함을 열어 보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이날 취재진이 직접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서 집배원 모드를 실행하자, 중앙 단말기에 집배원 모드를 누르고 화면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지시가 떴고 취재진의 개인 휴대번호를 누르자 곧바로 인증번호가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그리고 인증번호를 단말기에 입력한 뒤 집배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모드가 열렸다. 특정 세대의 우편함을 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세대의 우편함을 아무 제한 없이 열 수 있게 설치돼 있었다. 아파트 세대 주민과 집배원만 열 수 있는 도어락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누구나 개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이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입주민들의 우편함을 마음대로 열어 볼 수 있는 것으로 심지어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취약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해당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스마트우편함'은 핵심 기능인 등기 바코드 인식·사용자 인증 등이 빠져 있는 '택배 보관함형'이라고 지적한다. 택배 보관함의 경우 스마트우편함과는 달리 '누가·언제·어떤 등기를 넣고 꺼냈는지'를 증명데이터로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등기 비대면 송달의 법적 근거도 흔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마트우편함'의 생명은 보안기능으로 구식 개방형 우편함과 달리 완전 폐쇄된 스마트우편함은 중앙 단말기를 통해 집주인과 집배원만이 암호 입력을 통해 해당 호수의 개폐가 가능해야 한다. 이런 강력한 보안기능 때문에 수취인을 만나 서명을 받고 반드시 교부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등기우편도 스마트우편함에 넣는 것 만으로 대면 배달을 생략할 수 있도록 법까지 개정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스마트우편함을 도입할 경우 집배원들의 업무시간이 평균적으로 1시간가량 절감될 것으로 기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기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에 설치된 문제의 스마트우편함. [사진=독자 제공]

특히 사태의 심각성은 LH의 태도에서 나온다.

문제의 사안을 파악한 관할 우체국 측은 "보안·바코드 기능 부재로 등기 투입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LH 측은 "문제는 시공사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LH 관계자는 "설계·시공 및 자재 선정, 하자, 보수에 대해서 다 책임이 건설사에 있다"며 "우리가 자재를 선정해 납품을 받은 것이 아니라 건설사가 업체 선정을 해서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공사의 설명은 LH의 해명과는 전혀 달랐다. 시공사인 GS건설 측은 "LH에 (스마트우편함) 공사 시방서가 있고 그 기준에 맞춰서 납품할 수 있는 업체풀이 이미 다 구성돼 있는 상태였다"며 "이번에는 4개 업체들 가운데 건설사가 최저 입찰을 통해 납품 받은 것이 지금의 스마트우편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취재 당일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행태도 도마에 오른다. 현장에서 취재진이 스마트우편함의 문제점을 나열하며 언급하자, 입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주민들이 들어가고 나서 설명해달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또 문제의 스마트우편함은 구형 우편함과 기능 면에서 별 차이도 없는데도 설치 비용은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전가된다.

지난 5일 취재진이 경기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을 방문한 당시 스마트우편함 측면에 붙은 경고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LH의 해명도 의혹을 키운다.

LH는 당초 업무 관련이 없다는 해명과는 달리 현장조사를 두 차례나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LH가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10월 기술기준 미준수, 납품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두 차례 실시했다. 하지만 점검 결과에 "LH 시방기준, 관련법령 미준수사항 없음"이라며 문제점은 없었다고 의원실에 보고했다.

특히 LH는 "자재 선정, 하자, 보수에 대한 책임은 건설사에 있다"고 하면서도 지난해 말 두차례나 제조업체를 동반해 현장조사에 나선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동종 업계에서는 "성남 위례자이더시티 등 문제 제기 단지에 대해 민·관·공 합동점검 및 보완·교체 로드맵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LH 시방서와 우정사업본부 시방서가 동일 수준의 등기 바코드·인증 요건과 설치 승인·검수 과정에서 등기 비대면 송달 증명데이터(바코드·로그) 생성 여부를 체크리스트로 확인했는지를 필히 점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할 우체국 등 집배 현장 거부 정황 인지 시점과 개선조치 등은 물론 특정 업체 쏠림 및 사급자재 영업 개입 의혹에 대한 내부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이재명 정부 들어 강력한 개혁 대상으로 손꼽히고 있다. LH는 약 2년 전 윤석열 정부 당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겪었고 4년 전에는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사건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한편 2017년 11월 LH공사 박상우 사장은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와 집배원 근로 환경 개선은 물론 기존 우편함의 우편물 분실·훼손, 개인정보 유출, 광고성 전단지 투입, 등기우편물 배달 불가 등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 스마트우편함을 도입했다.

/진주=임승제 기자(isj20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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