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시대에 '석탄'에 투자하는 국민연금 [지금은 기후위기]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민연금이 ‘탈석탄’ 기조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석탄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구의 날’인 22일 경남환경운동연합·기후솔루션·빅웨이브·인천환경운동연합·충남환경운동연합·환경운동연합·60+기후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기후행동’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전 세계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기온 1.5도 상승 제한’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 탈석탄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민연금도 2021년 ‘탈석탄’을 선언했는데 이후 3년 동안 관련 정책 발표는 없었고 오히려 석탄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국민연금기후행동 측은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뒤늦게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내놓았는데 문제는 5년 동안 비공개 대화 기간과 국내 기업에 대한 5년 유예 조항을 둬 실효성 있는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국민연금은 고탄소 업종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명확한 전환 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등 체계적 기후 리스크 관리가 부족한 상황이란 게 국민연금기후행동 측의 판단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후즈굿의 관련 공동 분석을 보면 2021년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기업 312곳에서 발생한 금융배출량(투자·대출 등 금융활동을 통해 간접 기여한 배출량)은 약 271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약 4%에 달한다.

국민연금기후행동 측은 “국민연금이 ‘2040년 포트폴리오 넷제로 달성’을 포함한 책임 있는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설립된 국민연금이 기후위기를 외면한 채 미래를 위협하는 투자에 나선다면 기금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며 장기 수익성 확보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황보은영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한국전력의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해 석탄발전 유지를 지원하고, 포스코홀딩스·현대제철 등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최상위 기업들에도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의 관련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의 화석연료 투자액은 현재 약 5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은영 연구원은 “국민연금은 2023년 ‘기후변화’를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했는데 단 한 곳도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지 않는 등 껍데기뿐인 제도에 머물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방치하는 관행이 지속할 경우 국민연금의 수익성은 갉아 먹히고 국민의 노후는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기후솔루션과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 이후 별다른 후속 정책을 내놓지 않은 2021~2022년 동안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약 1970명이 사망에 이르렀고 이 중 10% 이상인 220건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에 의한 피해라는 분석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연금기후행동은 국민연금과 제21대 대선을 준비하는 각 후보를 상대로 △2030년까지 모든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2035년까지 기타 화석연료 투자도 모두 중단할 것 △기후변화 관련 중점관리 기업의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것 △2040년까지 금융배출량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단계적인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할 것 △주요 공약에 국민연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목표와 전략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