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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밀리고 경력직에 치이고⋯저임금 일자리 내몰린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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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은 반도체, 고용은 비반도체⋯노동 시장 구조 괴리
AI 노출도 높은 직무는 경력직 선호⋯고용 수요 위축
한은 "산업 생태계 연계 높이고 노동 교체 비용 부담 낮춰야"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3.31 [사진=연합뉴스]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3.31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업의 경력직 선호로 청년들의 취업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용의 질까지 악화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이 임시·일용직과 시간제 일자리로 눈높이를 낮추면서 다른 연령층과의 고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정책 과제'에 따르면 청년층의 고용의 질은 팬데믹 이후 핵심 연령층과 고령층에 비해 뚜렷하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3.31 [사진=연합뉴스]
[그래프=한국은행]

청년층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과 청년층 시간제 임금근로자 비중은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비자발적인 사유로 시간제를 택한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늘고 있다.

핵심 연령층인 30~59세에서 상용직 비중이 늘어나는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대졸 이상 청년층을 중심으로 임시·일용직·시간제 취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던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팬데믹 이후 확대되는 추세다.

한은은 청년 고용의 질적 부진이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1차 노동시장의 채용 수요가 정체되면서 청년층이 취업을 기다리기보다 상대적으로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경향이 강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과거 부진기에는 청년층이 주로 1차 시장 진입을 기다리면서 실업률 상승 등 양적 지표 부진으로 나타났다"며 "최근에는 취업 눈높이가 낮아진 청년층이 2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해 고용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고용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IT·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이 꼽힌다. 경제 성장이 생산과 수출 확대로 이어지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3.31 [사진=연합뉴스]
[그래프=한국은행]

한은은 "생산은 IT·제조업이 주도하지만 상용직 채용은 비IT·제조업·서비스업 비중이 높다"며 "경제 성장이 1차 노동시장의 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수요 정체는 전 연령 중에서도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청년층의 상용직 입직이 빠르게 감소 중이고 과거와 비교해 청년층의 1차 노동시장 진입 규모는 약 15~20% 축소됐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으로 청년층에 대한 노동시장 수요 부진이 가속하고 있다. AI가 신입사원이 주로 담당하던 초급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각 기업의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3.31 [사진=연합뉴스]
[그래프=한국은행]

한은은 "팬데믹 전부터 1차 노동시장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 역량은 점차 전문화·고도화돼 왔고 기업의 채용도 숙련된 경력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며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산업에서는 경력직 선호가 강화하면서 청년층이 주로 담당하던 초급·기초 업무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짚었다.

과거 신입사원이 담당했던 기초적인 실무·조사·분석 업무의 일부가 자동화되면서 기업이 신입 인력을 채용해 육성하기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으로의 진입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한 청년의 88%가 희망 표명 후 1년 이내에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상당수는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신입 채용이 줄어 청년층이 경력 형성의 출발점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거나 2차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청년층이 늘어날 수 있다"며 "1차 노동시장으로의 이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고용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IT·제조업 부문의 높은 성장세가 일부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관련 전문 서비스업과의 산업 생태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노동 교체 비용 부담·제도적 장벽을 완화해 기업이 신규 청년 인력을 유연하게 채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성엽 한은 고용동향팀장은 "우리나라는 법적인 고용 보호·재채용·재훈련·신규 인력 훈련 비용 등 노동 교체 비용이 크다"며 "제도적인 측면에서 고용을 과하게 보호하면 기업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부담은 청년층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체 비용이 적어지면 1차 노동 시장 수요 자체가 더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다른 연령층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청년층 고용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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