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수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가 오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사건 항소심을 선고한다.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정치적 도움과 정치자금 수수를 구분한 이 재판부의 판단이 오 시장 사건에도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된다. 특히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된 통화 녹음이 1심이 인정한 오 시장의 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에 대한 인식을 흔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명태균씨 [사진=아이뉴스24DB]](https://image.inews24.com/v1/24da7127f6690c.jpg)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여론조사 10건의 비용 총 33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의 핵심은 오 시장이 실제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김씨의 비용 지급을 자신을 위한 대납으로 알고 받아들였는지다. 김씨가 돈을 지급한 사실과 오 시장이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판단 사이에는 오 시장의 관여와 인식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1심, 10건 중 5건 유죄…'의뢰' '대납' 각각 판단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 7월 22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 추징을 명했다. 함께 기소된 강 전 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 2100만원 상당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했다. 나머지 중 4건은 오 시장의 의뢰를 인정하지 않았고, 1건은 의뢰는 인정했지만 김씨의 비용 대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도 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을 각각 따져 유·무죄를 나눈 것이다.
유죄로 인정한 5건에 대해서는 명씨의 진술과 조사 진행 과정, 결과 전달 경로, 김씨의 송금 내역 등을 종합해 오 시장의 의뢰와 비용 대납이 연결된다고 봤다. 당시 캠프 비서실장이던 강 전 부시장 등 오 시장 측이 조사 결과를 공표 전에 지속적으로 받아본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특검은 강 전 부시장이 설문지를 주고받는 등 조사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를 사후에 받아본 데 그친 것인지, 조사 실시와 내용에 사전 관여한 것인지가 의뢰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입금 시점과 여론조사 실시 시점이 맞물리는 사정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새 녹음 속 "오세훈은 몰라요"…무엇을 몰랐나
오 시장 측은 항소심에서도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1심에 제출되지 않았던 김씨와 명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기존 유죄 판단을 뒤집을 증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16일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에는 김씨가 오 시장 측의 요청 없이 스스로 일을 했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과 명씨의 "오세훈은 몰라요"라는 발언이 담겼다. 오 시장 측은 이를 김씨의 비용 지급이 오 시장의 지시나 요청과 무관했다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특검의 반대에도 해당 녹음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는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특검은 일부 파일만 제출된 경위와 원본성, 편집·오염 가능성 등을 문제 삼았다.
명씨는 진술서를 통해 발언의 의미를 다르게 설명했다. 오 시장이 모른다고 한 것은 여론조사 자체가 아니라 안철수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 전략이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항소심 법정에서도 오 시장의 조사 필요성과 김씨의 비용 부담에 관한 기존 진술을 유지했다.
따라서 녹음이 채택됐다는 사실만으로 재판부가 오 시장의 무관함을 인정했다고 볼 수는 없다. 녹음의 전체 맥락과 명씨의 해명을 대조해 기존 법정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녹음이 조사 의뢰나 비용 대납에 관한 대화라면 오 시장의 관여와 인식을 인정한 근거를 흔들 수 있다는 게 형사재판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대로 단일화 전략에 관한 대화라면 그보다 앞선 조사 의뢰·대납 합의와 양립할 여지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반부패부 재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현출된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다. 앞 뒤 맥락 전부를 봐야 대화 전반의 취지를 알 수 있다"면서도 "녹음파일이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 직접 연결돼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명태균씨 [사진=아이뉴스24DB]](https://image.inews24.com/v1/2bd25e503a6200.jpg)
尹은 '조사비 상당 이익', 吳는 '실제 지급된 돈'의 성격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오 시장 사건은 여론조사 제공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하는지를 다투지만 공소사실의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부부에게 현금이 전달된 사건이 아니라, 명씨가 부담한 조사비 상당의 이익을 제공받았는지가 문제였다. 1심은 여론조사 58회 가운데 14회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명씨가 대신 지출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명씨가 제공한 것은 정치적 조언과 조력이고, 여론조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였다고 봤다. 조사 실시와 무상 제공에 관한 의뢰·협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정치자금을 기부받는다는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 사건에서는 김씨가 명씨 측에 지급한 돈이 오 시장을 위한 여론조사비 대납인지가 문제 된다. 1심은 여론조사 5건에 대해 오 시장이 조사를 의뢰하고 김씨가 비용 2100만원을 대신 내도록 했다고 인정했다. 오 시장이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제공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사 실시와 김씨의 입금 시점이 맞물리고, 강 전 부시장 등 오 시장 측이 공표 전 조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받아본 사정 등을 근거로 삼았다. 다만 나머지 조사 중 4건은 오 시장의 의뢰를 인정하지 않았고, 1건은 의뢰는 인정했지만 대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尹 무죄 기준, 吳 사건에 어떻게 적용될까
두 사건의 사실관계가 다른 만큼 윤 전 대통령 무죄 판결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같은 재판부가 제시한 정치자금 수수의 판단 기준은 오 시장 사건에서도 주요 잣대가 될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정치적 도움을 받은 사실과 정치자금 제공에 대한 합의는 구분해서 판단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아 정치적 도움을 얻었더라도, 이를 정치자금으로 주고받기로 한 의사합치와 고의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오 시장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김씨가 명씨 측에 돈을 지급했고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봤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오 시장이 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 대납을 알고 받아들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항소심에서 오 시장 측이 새로 제출한 "오세훈은 몰라요" 녹음파일도 이 부분과 맞닿아 있다. 김씨의 비용 지급이 독자적으로 이뤄졌고 명씨 역시 오 시장의 관여를 부정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 1심이 인정한 조사 의뢰와 대납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오 시장 측의 조사 과정 관여와 김씨의 비용 지급 경위가 오 시장의 의뢰와 인식을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판단하면 1심 유죄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강 전 부시장의 관여가 오 시장의 지시나 보고와 연결됐는지가 주요 판단 대상이다.
결국 항소심 쟁점은 1심이 인정한 '오 시장의 조사 의뢰-김씨의 비용 대납-오 시장의 인식'이 새 녹음과 추가 진술을 거친 뒤에도 유지되는지 여부다. 형사7부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 김씨 사건을 선고한다. 특검은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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