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 가장 먼저 웃던 곳은 면세점이었다. 올해 방한 외국인과 관광 소비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면세점 매출 회복은 더딘 반면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국 단체관광객과 보따리상 중심이던 외국인 쇼핑이 개별관광객과 K패션·K푸드 소비로 바뀌면서 유통업계의 외국인 특수도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방한 외국인은 1504만843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 분야의 카드 소비액은 14조180억원으로 48.5% 늘었다.
관광객과 소비액이 함께 증가했지만 면세점의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6조47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은 4조9968억원으로 11.2% 늘었다.
방한 외국인이 상반기 21.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면세점 외국인 매출 증가율은 절반 수준이다. 전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던 2024년 상반기 7조3969억원과 비교해도 12.5% 적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매장이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신세계면세점]](https://image.inews24.com/v1/00a522aff22616.jpg)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은 늘었지만 한 사람이 쓰는 금액은 줄고 있다. 지난 8월 외국인 면세점 구매객은 138만653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9.1% 증가했다. 외국인 매출은 7915억원으로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외국인 1명당 구매액은 약 73만6000원에서 57만1000원으로 22.4% 감소했다. 면세점에 들어오는 고객 수가 늘어도 과거와 같은 매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과거 면세점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꼽혔다. 단체관광객은 관광버스를 타고 시내 면세점을 돌았고, 보따리상인 다이궁은 화장품과 명품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대량 구매 수요를 바탕으로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8586억원까지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유통업체들은 면세점 사업권과 점포를 확보하는 것을 주요 성장 전략으로 삼았다.
지금은 고객 구성이 달라졌다. 대량 구매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던 다이궁의 비중이 축소되고, 쇼핑과 맛집·공연·관광을 함께 즐기는 개별관광객이 늘었다. 개별관광객은 면세점 한곳에서 많은 금액을 쓰기보다 여러 상권과 유통채널을 이동하며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면세점업계도 매출 규모만 키우는 전략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 등에 지급하던 송객수수료와 할인 비용을 줄이고 개별관광객과 내국인 등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매장이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신세계면세점]](https://image.inews24.com/v1/cf9a22bcb1caa2.jpg)
면세점이 주춤하는 사이 백화점은 외국인 소비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외국인 누적 매출은 지난 6일 1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연간 외국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외국인 매출 7348억원도 지난 7월 이미 넘어섰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9월 외국인 매출은 8500억원, 현대백화점의 이달 5일까지 누적 외국인 매출은 8050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연내 외국인 매출 1조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세 회사의 집계 범위는 서로 다르다. 롯데는 백화점과 아울렛·쇼핑몰을 포함하고 현대는 백화점과 아울렛 매출을 합산한다. 신세계는 순수 백화점 매출만 집계한다. 금액을 동일한 기준의 실적으로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외국인이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품목도 명품과 화장품을 넘어 국내 패션과 식음료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외국인 K패션 매출은 전년보다 두 배 증가했고 식품관과 식당가 매출도 50% 늘었다.
한국에서만 구매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맛집 등이 외국인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면세 혜택보다 K콘텐츠와 연계된 쇼핑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1층 매장이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신세계면세점]](https://image.inews24.com/v1/d29de13f6a2a43.jpg)
소비 지역도 서울 명동에 머물지 않는다. 잠실과 여의도, 성수 등 주요 상권은 물론 부산과 지방 점포까지 외국인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지역 점포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150% 늘었고 전주·광주 등 호남권 점포도 100% 증가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의 외국인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이 면세점 소비가 그대로 백화점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면세점과 백화점의 상품 구성과 이용 목적이 다르고 업체별 매출 집계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동선이 면세점에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로드숍, 지역 상권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방한 관광객 증가는 유통업계 전반에 긍정적이지만 과거처럼 관광객이 늘면 면세점 매출과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시장은 아니다"며 "고객 구성과 환율,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을 함께 고려한 사업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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