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말 국내 7대 수출기업에 11년치 외환거래·외화자산 자료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해외법인과 해외 자회사의 부동산·증권 보유 현황, 환헤지 방식과 외화자산 운용 의사결정 체계까지 요구 대상에 들어갔다. 대통령 정책실장 주재 간담회 참석 요청은 정식 공문 없이 전화와 텔레그램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재정경제기획위원회)은 6일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재경부(옛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7대 수출기업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재경부가 그동안 "존재 자체가 비밀"이라며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이 공개한 공문의 제목은 '주요 수출기업 외환거래 및 외화자산 보유·운용 현황 실태조사 협조 요청'이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이다. 요구 항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외화자산·부채 현황이다. 국내외 외화예금과 부동산, 증권이 포함되고, 현지법인과 해외 자회사 등 해외직접투자 현황도 담도록 했다. 둘째는 외화차입·대출, 현물환·선물환, 외환파생상품 거래 등 연도별 외환거래 현황이다. 셋째는 환헤지 등 환위험 관리 방식과 외화자산 운용 결정체계(거버넌스)다. 회신 기한은 지난해 12월 31일, 회신처는 재경부 '외환업무 지원 TF'였다.
재경부는 공문에서 외국환거래법 제20조 제1항을 근거로 들었다. 장관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나 관계인에게 필요한 보고를 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공문은 이번 실태조사가 지난해 11월18일 부총리 주재 '수출기업 간담회'의 후속 조치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민간 수출기업에 11년치 자료와 해외 계열사 경영정보까지 요구하는 것은 법이 말하는 '필요한 보고'의 범위를 벗어난 직권남용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소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실은 지난해 12월18일 김용범 당시 정책실장 주재 간담회에 참석한 7개 기업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정식 초청 공문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고 밝혔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은 12월 15~17일 사이 연락을 받았다. 회의 1~3일 전이다. 4곳은 재경부, 3곳은 대통령실에서 연락이 왔다. 연락 수단은 사무실 유선전화가 5곳, 고위 임원 개인 휴대전화와 텔레그램이 각 1곳이었다.
회의는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한 참석 기업 관계자는 박 의원실에 "김 전 실장이 대부분 시간 발언했고 기업들은 거의 듣고만 있었다"고 전했다.
간담회가 열린 시점은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던 때였다. 박 의원실이 한국은행 자료로 정리한 환율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1일 1428.8원이던 환율은 간담회 당일인 12월18일 1478.3원까지 올랐다. 이후 12월23일 1483.6원으로 고점을 찍고 29일 1429.8원으로 떨어졌다. 엿새 새 53.8원이 하락한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가 기업들의 수출대금 등 외환 환전을 압박해 환율 하락을 유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지점"이라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기업은 박 의원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 이 기업은 "외환 환전 압박 탓에 힘들었다"며 "정부가 외환자금 운용에 지나치게 간섭해 기업의 자율권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외화 운용과 외화 유출을 동일시하는 접근법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외환시장 안정을 이유로 기업의 영업기밀과 해외 자회사 경영정보까지 사실상 무제한으로 들여다보며 전화와 메신저로 회의에 오라고 통보하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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