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중국 화웨이에 처음으로 특허 대가를 지급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퀄컴은 화웨이 특허의 사용권을 얻는 동시에 화웨이가 보유한 미국 특허 일부도 사들인다. 2020년 퀄컴에 밀린 로열티를 물어줬던 화웨이가 6년 만에 특허료를 받는 쪽에 섰다.
화웨이와 퀄컴은 이날 다년간의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5G·컴퓨팅·AI·네트워크 등 여러 기술 분야에서 두 회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상호 사용하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이다. 여기에 퀄컴이 컴퓨팅·AI·네트워크 분야의 화웨이 미국 특허를 매입하는 내용이 더해졌다.

거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마무리된다.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회사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원칙에 따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SCMP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번 거래가 다른 사업 협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발표 문구에는 온도차가 있다.
앨런 판 화웨이 최고지식재산책임자(CIPO)는 수십 년간의 기초 연구개발(R&D) 투자를 앞세웠다. 4G·5G 표준에 기여한 대표 사례로 폴라 코드(polar code) 기반 신호 전송 기술을 꼽았다. 그는 이번 계약이 화웨이 혁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 통신기술에 대한 퀄컴의 기초적 기여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존 한 퀄컴테크놀로지라이선싱(QTL) 수석부사장은 퀄컴의 5G 기술 리더십과 5G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프로그램의 성공을 업계가 재확인한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의 혁신과 지식재산을 인정한다는 말은 그 뒤에 붙였다.
화웨이는 자사 기술의 가치를, 퀄컴은 자사 라이선스 사업의 성과를 각각 앞세운 셈이다. 크로스라이선스 특성상 로열티의 순지급 규모와 방향은 공개되지 않아, 양측 모두 이번 계약을 자사에 유리하게 설명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CMP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포함한 화웨이의 특허 라이선스 누적 계약액은 69억달러를 넘어섰다. 2011년 모토로라에서 첫 특허 수입을 올린 지 15년 만이다. 지금까지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은 260건이 넘는다. 노키아·삼성·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과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경쟁사가 포함됐다.
특허 수익화는 막대한 R&D 투자를 회수하려는 전략이다. 화웨이는 2025년 R&D에 1923억위안(약 287억달러)을 썼다. 매출의 22%에 육박한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유효 등록특허는 16만5000건이다. 창업자 런정페이는 2022년 지식재산 부서에 특허를 합리적 가격으로 수익화해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내라고 주문했다.
두 회사의 관계는 6년 만에 달라졌다. 화웨이는 2020년 퀄컴과의 분쟁을 마무리하며 밀린 라이선스 비용 18억달러를 지급했다. 당시 화웨이는 퀄컴 특허를 쓰는 고객이었다.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의 미국 특허를 사들이는 거래인 만큼, 규제 승인 과정에서 미·중 기술 갈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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