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지난 19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공씨 집안과 양씨 집안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진정한 사랑을 처방하는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휴먼드라마 같은 ‘결말’은 좋았지만, 50회까지 이어진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30년 악연의 마침표를 찍고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 두 집안의 모습은 보기좋았지만, 양 가의 두 사람이 바람나 가출한 것으로 35회까지 끌어오다, 결국 양 가가 원수지간이 아님이 밝혀지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개 과정을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제는 49회~50회(최종회)에서 보여준 두 부분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한성미 박사(유호정)가 드라마 제목처럼 방송에 복귀하면서 했던 말인 “여러분 가정에 사랑을 처방해드린다”는 말이고, 또 하나는 공기철(김창완)이 공주아(진세연)와 양현빈(박기웅)의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로 던진 말, “특별한 날 뿐 아니라 평범한 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왜나면 우리 인생이 어느날에 어떤 일이 생겨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행복하세요”다. 공기철은 무려 30년간이나 조미향(윤복인)에 의해 가스라이팅 당하는 삶을 살아오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어른이다.
그런 가운데 배우 김형묵(52)은 지난 6개월간의 방송기간동안 양동익 역으로 극을 이끌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드라마는 특별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제가 출연했던 작품중에서 가장 긴 회차의 작품이었고, 방송 세트장 안에서 연기한 것도 첫 경험이었다. 자연스런 감정을 훈련하고, 작품 전체를 보는 법도 많이 배웠다. 도파민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가정식 백반같은 작품이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좋은 배우들과 작가님, 감독님과의 이별이 아쉬울 정도였다.”

이렇게 유쾌하게 종영소감을 밝힌 김형묵은 “이번 드라마는 많은 얼개들이 있다. 시간차, 세대차가 느껴지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생각들이 온정시장안에서 바로 마주보며 얽혀있다. 극중 저와 친구 공정한(김승수)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선해(김미숙)가 30년 동안 남편에게 쓴 편지와 공기철(김창완)의 답장을 모아 에세이 ‘30년의 밤을 건너’를 출간한 것도 좋았다. 드라마의 서사는 이들 세대별로 모두를 어루만져주었다. 가족, 사랑, 연인, 화합, 용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였다”고 전했다.
김형묵이 맡은 양동익은 전통보다 고급 클리닉과 유명인 고객 유치에 몰두하는 속물 한의사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열등감과 인정 욕구로 사랑과 존경을 갈망하기도 한다.
그는 “양동익은 언뜻 비호감 같지만 알고 보면 귀엽고 여리며 착하다. 내면의 상처가 있었던 거다. 철없는 어른들도 많이 계시지 않나. 유치찬란한 아빠도 많고”라면서 “자신의 상처를 깨닫고 성장해나가는 어른을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드라마의 미덕중 하나는 캐릭터 간의 갈등치유책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한성미 박사가 양동익-차세리 재혼부부의 갈등을 심리상담으로 치유해주는 솔루션은 시청자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김형묵은 자신과 붙는 신이 가장 많은 공정한 역을 김승수 선배가 맡아줘 감사하고, 아내인 차세리 역의 소이현도 너무 잘 받아줘 고맙다면서, 두 사람과 베스트 커플상을 모두 받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박기웅과 진세연은 착하며 사랑의 전도사가 되어주었고, 1년 선배인 조미령, 뮤지컬을 함께 한 최대철 등 모두 회식하는 순간 가족같았다고 말했다.
52세인 김형묵에게 “왜 아직 미혼?”인지 질문했더니 “결혼하려고 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그런 기회를 놓쳤다. 착한 여자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9년 뮤지컬 ‘캣츠’로 데뷔한 김형묵은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 계속 활동하다 매체 연기로 넘어와, 갈수록 연기 내공을 펼치는 배우다. 드라마 ‘귓속말’, ‘리턴’, ‘열혈사제’, ‘빈센조’, ‘조선 정신과의사 유세풍’, ‘폭군의 셰프’, ‘언터커버 미쓰홍’과 영화 ‘국가부도의 날’, ‘어쩔수가없다’ ‘군체’ 등에 출연했다. 특히 ‘자명고’ ‘귓속말’ ‘열혈사제’ 등 SBS 출신 이명우 PD와 작품을 많이 했다.
“ROTC 출신인 이명우 PD는 군 복무때 나의 소대장이었다. 사회에서 만나 배우를 한다고 하니, 중식 코스 요리를 사주셨다. 낙하산 소리를 들을까봐 정식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 한번 소대장은 영원한 소대장이다.”
김형묵은 “나는 배우지만 내가 연기하는 게 아니다. 누가 들어온다. 그 혼을 빌려 쓰는 직업이다. 그러니 평소 생활이나, 인성적으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나는 항상 준비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두렵고 겸손해진다”면서 “시청률과 인기가 터지면 좋다. 하지만 잠깐이다. 얼마만큼 진실하게 살고 있나. 그게 아닌데 복과 흥이 오면 큰일 난다. 복이 들어와도 잠시 나에게 맡겨진 것이다. 정신 안차리면 날아가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 R&D'를 위해 집앞에 아지트를 얻어 녹화가 없는 날에는 직장처럼 항상 출근해 책보고 대본 읽고 트레이닝한다.
“욕망 등 인간 감정을 상상력으로 표현하는 게 예술이다. 평소 주의 깊게 관찰하고 독서를 통해 깊이를 추구한다. 동료를 배려하고 작품 전체를 보는 걸 좋아한다. 축구스타 손흥민을 좋아하는데 드리블이나, 패스를 팀으로 분석해도 멋있다. 여기서는 내가 뭘 해줘야 되고, 여기서는 동료가 빛나게 해주고. 이 드라마에도 김형묵이 나온다고 하면 봐야지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김형묵은 “KBS 주말극을 하니, 알아봐 주시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식당 가면 서비스도 주시고 살갑게 대해주신다”면서 “제 세대가 위, 아래 세대와 소통이 쉽지 않은데,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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