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살던 집은 재건축으로 벌써 철거됐고 지금 사는 월세집도 곧 비워줘야 하거든요. 당장 들어갈 집도 없는데 단지 입주권이 있다는 이유로 전세대출이 막힐까 봐 걱정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유일한 집이 철거돼 당장 몸 누일 곳 없는 1주택 조합원들이 임시거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세대출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실제 거주할 주택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지만 서류상 입주권과 기존 대출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엄격한 1주택자 규제 잣대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목적이 아닌 '재입주전 임시거주'라는 명백한 실수요자임에도 금융당국의 일률적 규제 틀에 갇혀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한 재건축 사업장에서 철거·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일한 주택이 철거된 조합원들은 새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임시 거처가 필요하지만 입주권과 기존 대출로 인해 전세대출 가능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ef6cc7033bdbd.jpg)
24일 금융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주를 마쳤거나 앞둔 재건축·재개발 1주택 조합원들 사이에서 전세대출 가능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구로구 소규모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인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다음달 말까지 지금 사는 영등포 월세집을 비워줘야 한다.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하고 리모델링을 통보해서다. 기존 주택은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이미 철거됐고 다른 주택이나 분양권은 전혀 없다.
외벌이인 A씨는 자녀 통학 등을 고려해 경기 서남부지역에 보증금 2억원미만 소형 전셋집을 물색중이다. 부족한 보증금 약 1억5000만원은 전세대출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A씨는 은행 문을 두드렸다 답답함만 안고 돌아왔다. A씨는 "새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가족이 살 임시거처를 구하는 것뿐인데 단지 입주권이 있다는 이유로 전세대출이 제한되거나 완공후 대출을 즉시 회수당하는지 조차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집이 새로 지어지는 동안 임시로 전세를 사는 것뿐인데 투기꾼 취급을 받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소규모 재개발 조합원 입주권을 보유한 B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B씨는 관리처분인가 전 주택을 매수해 살다가 건물이 철거됐다. B씨는 실거주하던 집이 물리적으로 멸실된 만큼 전세대출 심사시 무주택자 기준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입주권을 보유하고 있어 1주택자로 판단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여기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잔액까지 발목을 잡았다. B씨는 관리처분 전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건물이 철거된 현재도 이를 상환중이다.
B씨는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하나도 없는데 입주권과 기존 대출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규제대상이 됐다"며 "은행마다 설명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라 전세대출 한도가 얼마나 나올지 대출 자체가 가능하긴 한 건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선 관리처분인가와 실제 건물철거중 어느 시점을 주택수 산정 기준으로 볼 것인지 이주비 대출이나 기존 주택담보대출 성격을 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심사결과가 천차만별로 갈리는 실정이다.
정부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뿐 정비사업으로 유일한 집에서 퇴거한 조합원을 전세대출 심사에서 어떻게 구제할지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비거주 1주택자의 실수요 인정범위에 관한 지적이 나왔지만 살던 집이 철거된 조합원 전세대출 회수여부나 실수요 인정기준까지는 논의가 미치지 못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비사업으로 유일한 집이 철거된 조합원은 투기수요와 엄격히 구분해 실수요자로 인정해 주는 예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입주권 보유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대출 및 이주비 구조, 실제 퇴거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핀셋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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