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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노폐물 배출 통로 확인…뇌질환 연구 전환점 마련 [지금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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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관련 연구 ‘셀’에 발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숨겨진 통로가 처음 발견됐다. 노화로 저하된 노폐물 배출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배경훈)는 기초과학연구원(원장 장석복, 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액체)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체액 순환과 면역반응 조절 통로)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뇌는 활발한 대사 활동 과정에서 끊임없이 노폐물을 만들어낸다. 이 노폐물은 뇌척수액에 실려 뇌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뇌 청소’ 과정은 뇌의 건강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만약 뇌척수액의 생성과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등 신경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골판 가까이에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이 잘 형성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코 내부에도 림프관들이 넓게 분포돼 있다(A).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과 코 안의 후각 점막 림프관이 직접 연결돼 있고 매우 높은 밀도로 림프관이 발달돼 있다(B). [사진=IBS]
사골판 가까이에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이 잘 형성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코 내부에도 림프관들이 넓게 분포돼 있다(A).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과 코 안의 후각 점막 림프관이 직접 연결돼 있고 매우 높은 밀도로 림프관이 발달돼 있다(B). [사진=IBS]

IBS 연구팀은 2019년과 2024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 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25년 네이처(Nature) 발표 연구에서는 눈과 코 주위 등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새로운 배출 경로와 함께 미세한 기계적 자극으로 배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뇌척수액이 어떻게 뇌를 둘러싼 뇌막 중 질긴 보호 장벽 역할을 하는 ‘지주막’을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에 유입되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였다. 지주막(Arachnoid)은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세 겹의 뇌막(연막, 지주막, 경막) 중 중간에 위치한 반투명한 막이다.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 뇌척수액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뇌척수액 배출 연구를 선도해 온 IBS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마침내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했다. 이를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 미세 구멍)’이라 명명했다. 이로써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과 비강(코 안)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밝혀내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배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했다. 후각망울(뇌 앞)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돼 있는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확인했다.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을 진행했다. 이 형광 물질은 새로 발견된 미세 구멍인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온 뒤 뇌막 림프관에 흡수해 코 안쪽을 통과하고 최종 목적지인 목 쪽의 림프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흘러갔다. 뇌 속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배출 경로를 직접 확인한 순간이다.

연구팀은 노화가 이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노화된 생쥐에서는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좁아져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VEGF-C’를 투여한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의 림프관 재생이 촉진되면서 림프관을 통한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다.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되는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약물을 코 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IBS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며 “이로써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함으로써 사람의 뇌 청소 기전을 밝힐 핵심 단서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확장하고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생명 현상의 이해를 높이고 뇌질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성과”라며 “앞으로도 인류 난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기초·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관련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에 7월 22일자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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