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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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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지난 20일 밤 10시40분 수원 경기고용노동청 2층 회의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기자회견장에 차례로 입장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극심한 갈등 속에 사후조정에 실패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의 직접 중재를 통해 가까스로 임금단체협약 및 특별성과급 제도 신설에 잠정 합의했다. 21일 0시부터 예정됐던 총파업을 단 90여분 남긴 늦은 밤이었다.

기자수첩

이날 주요 기사에는 노사의 극적 타결과 특별성과급 배분 비율 같은 핵심 쟁점이 담겼다. 하지만 김 장관 발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가장 상처받은 사람들은 삼성전자 직원들”이라는 한마디였다.

실제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 과정에서 직원들이 느낀 피로감은 예상보다 훨씬 컸던 것으로 보인다.

취재 중 만난 직원들은 "회사 관련 기사가 뜰 때마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신다", "삼성전자 다닌다고 말도 못하겠다", "친척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욕심 좀 그만 부리라'고 훈계를 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노사가 임금단체협상과 특별성과급 제도 신설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사내 분위기도 여전히 냉랭하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지난해 성과급 지급 상한 폐지에 합의했을 당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들썩였던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복잡한 사업 구조가 있다. 단순히 ‘성과급 많이 받는 회사의 갈등’ 정도로 바라보기 어려운 속사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으로 나뉜다.

문제는 삼성전자 사업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DS부문 내부에서도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연구소 역할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사업부 간 인력 이동과 협업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DS부문은 그동안 초과이익성과급(PS)을 함께 받아왔다. 이번 잠정 합의에 따르면 특별성과급 규모는 사업부별로 크게 달라진다. DS 내부에서도 박탈감과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여명구(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사 대화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DX부문 분위기는 더 냉랭하다. 이들은 약 600만원 규모 자사주를 받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직원들은 성과급의 액수 뿐만 아니라 회사를 이끄는 리더십의 부재도 아쉬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급거 귀국해 사과와 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고, 극적 타결 성공 후인 21일에는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다시 한마음"이라는 메시지를 냈지만 이미 조직 내 피로감과 불신이 상당 수준 누적된 후였다는 반응이다. DX부문에서는 아직 뚜렷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의 사기와 다시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거대한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한복판에서 기회를 잡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그 출발점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 내부 신뢰가 흔들리고 구성원들이 서로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어떤 기술 전략도 오래가기 어렵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건 숫자보다 구성원들을 향한 더 섬세한 경영인지 모른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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