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국제 연구진이 전통적으로 기업이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 거점을 이전한다는 가설‘오염 피난처(pollution haven)’을 뒤집고 기업이 이제는 ‘녹색 피난처(green haven)’를 찾아간다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 연구팀이 미국 조지타운대 헤더 베리(Heather Berry)·재스미나 쇼빈(Jasmina Chauvin) 교수, 텍사스대 랜스 청(Lance Cheng) 교수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환경 규제가 엄격한 국가일수록 전기차 등 녹색제품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7일 발표했다.
‘녹색제품’은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친환경 제품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에너지 효율 높은 가전제품, 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자동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을 말한다.
![KAIST.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2edd06bec0d4d5.jpg)
오랫동안 다국적 기업은 환경 규제가 약한 나라에서 주로 생산과 수출을 집중한다는 설명이 주류였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녹색제품의 교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92개 수입국, 70개 수출국, 약 5000개 제품에 대한 유엔(UN)이 운영하는 세계무역 데이터베이스인 ‘UN Comtrade’ 데이터를 분석해 교역 패턴을 정밀 검증했다.
그 결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전체 교역량은 줄어드는 전형적 오염 피난처 효과가 나타났다. 녹색제품에 한해서는 오히려 교역이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환경 규제가 엄격할수록 녹색제품의 수출과 조달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비 절감을 위해 규제가 느슨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친환경 제품의 생산과 거래 과정에서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가 강한 국가를 선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최종 소비재 분야,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의류, 음식, 화장품,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서 두드러졌다. 환경운동이나 NGO 활동이 활발한 국가로 수출되는 제품일수록 그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나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글로벌 공급망이 더 이상 비용 효율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기업의 환경적 정당성이 전략적 선택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강력한 환경정책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The global sourcing of green products)는 국제경영 분야의 학술지인 저널 오브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터디스(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JIBS)에 9일 1일자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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