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서울동부지검(검사장 임은정)이 14일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백해룡 경정이 파견될 경우 그의 의사를 존중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백 경정 수사 투입을 지시하고, 백 경정이 별도 수사팀 구성을 요구한 것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 백해룡 경정,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8d7ebeb8d4f827.jpg)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수사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해 백 경정이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백 경정 본인이 고발한 사건 및 이와 관련된 사건을 '셀프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백 경정이 파견될 경우, 의사를 존중해 기존 합동수사팀과 구분된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되, 2023년 2월 '인천지검 마약 밀수사건 수사은폐 의혹' 등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수사 과정과 수사 결론 모두 국민의 공감을 얻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수사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 6월 출범 이래 수사를 이어오고 있는 '세관 마약밀수 연루의혹 합동수사팀'의 교체는 없다고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합동수사팀'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 수립 후 검찰·경찰·국세청·FIU 등 정부기관 합동으로 출범한 수사팀으로, 전 검찰총장이나 검찰이 개인적·독단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범 이후 인천세관과 경찰청 등 총 28개 장소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마약밀수범 16명과 직권남용 피의자 6명 등 관련자 입건, 중요 피의자 및 참고인 휴대전화 42대 포렌식 등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4개월간 방대한 수사가 착실히 진행돼 합동수사팀장을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서울동부지검은 대통령의 지시를 접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대검과 수사팀 보강 등을 논의 중에 있고, 수사에 더욱 만전을 기해 조속히 마무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2년 전인 202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영등포서 형사2과장이었던 백 경정은 국내로 필로폰 24kg을 들여오려던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6명을 일망타진했다. 시가 834억 원어치였다. 마약조직원들을 조사하던 백 경정은 그러나 세관 직원들이 입국을 도와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던 중 당시 영등포서장으로부터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 너를 괘씸하게 보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은 뒤 서울청과 대통령실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두번이나 반려하는 등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024년 2월 용산 발언을 전한 영등포서장은 대통령실로 영전하고 백 경정은 일선 지구대로 좌천됐다.
백 경정이 같은 해 7월 김광호 전 서울청장을 포함한 외압 '윗선'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확산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를 열고 특검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수사와 특검 모두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수사가 본격화 됐다.
처음에는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에 팀을 구성해 수사를 지휘했으나 임은정 검사장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동부지검장에 발탁되면서 지난 8월 21일 수사 지휘권을 이관했다. 임 지검장은 취임 직후 백 경정을 서울동부지검장으로 불러 면담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에 대한, 수사팀에 대한 우려 잘 알고 있습니다. 독배든, 성배든 주어진 일 마다치 않고 잘 감당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다만,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통령실을 통해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하고,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필요시 수사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튿날 백 경정은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의 합동 수사팀은 내가 불법 단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그곳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사 인력을 지원해 주면 새로운 팀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또 "대통령실이나 법무 장관실에서 ‘방향이 이렇다’라고 언질을 주면 좋을 텐데"라며 "대통령께서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했으니까 실질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인력이나 자원을 지원해주지 않겠나. (새로운 팀이 생기면) 가서 해야죠"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백 경정 투입 지시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수사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상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잘 수사하라는 원론적 당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백 경정이 수사 과정에 관련된 이러저러한 얘기를 외부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수사팀에) 참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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