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사들이 잇달아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입점시키고 있다. 초저가 유통망을 통한 건기식 시장 공략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고거래 규제 완화까지 맞물려 유통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15일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 모습. 2025.4.15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eb9654f3fad9be.jpg)
제약사발 '가성비' 건기식, 다이소 통해 매출·브랜드 인지도·유통망 잡았다
2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의 건기식 부문에 입점한 제약사가 6곳으로 늘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을 시작으로 안국약품, 동국제약,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보령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불과 3개월 만에 나타난 결과다.
다이소는 생활용품 전문 초저가 유통채널이다. 그동안 화장품이나 간편식 위주로 제품군을 확대해왔지만, 최근에는 건기식까지 영역을 넓히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특히 5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제약사 건기식은 소비자 접근성을 대폭 높이며 '가성비 갑'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들 제약사가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포장 용량과 불필요한 성분을 줄이면서다. 대신 핵심 기능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적인 상품 구성이 가능했다. 대부분 1개월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
제약사들이 다이소 유통망에 주목하는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 건기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소 유통망을 활용하면 대량 판매를 통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고, 소비자 가격 인하와 함께 매출 확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다이소의 유통력을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도 노릴 수 있다.
전국 약 15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다이소는 폭넓은 연령층이 이용하는 채널이다. 기존의 약국, 백화점, 홈쇼핑 등 전통적인 유통 전략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소비자층을 다이소를 통해 새롭게 흡수할 수 있다는 점도 제약사 입장에서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한 소비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을 계기로 건강기능식품 수요는 증가했지만, 온라인 중심 소비가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망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이소는 접근성과 유통력을 갖춘 대안적 채널로 부상했다. 기존 유통망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던 제약사들이 새로운 소비 접점을 확보하고자 다이소와 손잡은 것은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15일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 모습. 2025.4.15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2bc37405cec4bd.jpg)
다이소는 지난해 3조96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올해 연매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 2조2362억원이던 매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3년 3조4605억원에 도달했다. 불과 4년 만에 매출이 1조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는 다이소가 초저가 생활용품 유통망을 넘어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인 간 건기식 중고거래 규제 완화…약사회는 '반발' vs 유통 업계는 '환호'
정부는 건기식 유통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중고거래 시범사업'을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하며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에는 소비기한이 6개월 이상 남은 제품만 거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비기한만 남아 있으면 모두 거래 가능하다. 30만원 이하 거래 금액 제한도 폐지됐으며, 건기식 인증 마크나 문구만 있으면 표기로 인정돼 사실상 거래 문턱이 사라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발하며 건기식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준수사항 위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개선 없이 규제를 완화한 것은 국민 건강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9개월간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위반 사례는 1만565건에 달했다. 당근마켓 7046건, 번개장터 3519건이었으며, 위반 유형은 소비기한 임박, 개봉 제품 판매, 표시사항 누락, 냉장 보관 제품의 상온 유통 등이었다.
그러나 제약 업계는 약사회의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 2월 일양약품이 약사회의 비판 여론에 다이소 입점을 철회했지만, 이후 다이소에 입점한 제약사는 오히려 늘어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15일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 모습. 2025.4.15 [사진=연합뉴스 제공]](https://image.inews24.com/v1/9ba791e32719c8.jpg)
편의점 업계도 건기식 유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25는 하반기부터 전국 3000개 점포에 건기식 전용 매대를 설치하고, 30여 종의 유산균·비타민·이너뷰티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CU는 상반기 내로 건기식 진열 강화 매장을 5000곳으로 확대하고, 하반기엔 제약사 협업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은 6조44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오는 2030년에는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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