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막이 오르면서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는 광장에서 출마 선언을 하는 대신 영상으로, 공약보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을 보였다.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2025.4.10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215598f244034.jpg)
이 후보는 10일 오전 10시 자신의 유튜브 '위대한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가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약 12분짜리 동영상을 올려 대선 출마를 알렸다. 영상은 △출마배경 △목표 △국가비전제시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현재까지 출마선언 방식으로 영상을 채택한 건 이 후보가 유일하다. 앞서 민주당 내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는 각각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당원존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사표를 던졌다.
비교군을 더 넓혀 국민의힘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잔디광장에 자신의 지지층을 불러 모아 세력을 과시하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국민의힘 후보"라고 강조하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메시지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대통령이 돼야 할 이유와 'K-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국가비전을 제시하는데 방점을 뒀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20대 대선 후보 출마 당시 △경제적 기본권 보장 △규제 합리화 △신성장 동력 발굴 △기본소득 도입 등 세부 공약을 제시한 것과도 다른 모습이다.
이는 12·3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국민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영상을 활용한 점에 대해 "과거에는 국회나 광화문 광장에서도 취재진을 불러 모아 연설하듯 많이 했는데, 그것보다는 영상을 통해 주권자와 대화하듯 정치인의 철학과 대선 후보로서의 비전을 전달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공약 제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이재명이 만들고 싶은 나라 비전'과 '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설명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게 하는 첫 번째 질문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 내지 '대통령이 된 후 청사진'"이라며 "지금 '세금 1% 깎고, 지원금을 얼마를 더 주는지'를 듣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것"이라고 했다.
![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2025.4.10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86dde3f6c96e9.jpg)
정치권은 압도적 대선 1위를 달리는 이 후보로서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강한 메시지를 낼 이유가 없고, 오히려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를 고민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2·3비상계엄에 대한 단죄의 공간인 광장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모습은 '광장의 충돌'로 비칠 수 있다"며 "그래서 광장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본인은 한 발 뒤로 빠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큰 그림을 제시해 확실히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며 "이 후보가 낮은 자세로 대선에 임하면서 차기 지도자 후보로서 단련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 역시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중도확장성'인데, 지난 몇달 동안 불안했던 국민을 대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후보라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또 "대세론 속에서 어떤 개인을 비판할 수록 이 후보에게는 '누굴 청산하려고 하는구나' 등의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안정과 성장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신의 약점까지 보완한 출마 선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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