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요즘 카톡 친구 목록을 보면 낯설다. 며칠 새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바뀐 사진들로 가득찼다. 10대 사촌동생부터 60대 교수님, 평소 IT에 무관심했던 지인들까지 너도나도 '지브리풍 AI 이미지'에 빠져 있다.
![챗GPT가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제작한 기자수첩 이미지. [사진=챗GPT 제작]](https://image.inews24.com/v1/5dc959ea2ffb13.jpg)
이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AI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AI 기술을 소비만 할 뿐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드러낸다. 지브리 열풍으로 AI저작권·윤리가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은 관련 소송과 입법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중국은 'AI 윤리 백서'를 통해 자국 기준을 명확히 밝혔다.
반면 한국은 세계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했음에도 AI저작권·윤리 정책에서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제 논의에서의 존재감도 아쉽다. 이는 기술 경쟁력의 정체와도 맞닿아 있다.
미중 주도의 AI 패권 경쟁에서 한국은 '주변국'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AI연구소(HAI) 'AI 인덱스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프라(6위), 개발(3위) 부문에서는 선전했지만, 투자(11위), 상업화(12위), 인재·연구(각 13위) 등 핵심 영역에서 뒤처졌다.
'주목할 만한 AI' 부문에서도 미국 40개, 중국 15개 모델이 선정될 때 한국에선 LG의 '엑사원 3.5' 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전세계 3번째로 초거대AI를 개발한 타이틀이 무색한 결과다.
인재 유출도 심각하다. AI 인재 순이동 지표는 -0.36으로, 마이너스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가 많다는 의미다. 투자와 규제의 불균형 속에 유망 스타트업과 고급 인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장에선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스타트업 대표는 “맞춤형 접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AI 서비스 개발자는 “아직 국내는 규제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세계 3대 AI 강국(G3) 진입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인 실행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AI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단 몇 개월의 공백도 심각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많은 한계 속에서도 기술력 하나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으로 국제 학회에서 주목받고, 라이너는 AI 기반 정보 요약 기술로 미국·유럽 사용자층을 확보했다. 루닛은 AI 진단 기술로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의 사례가 이례적 성공에 머무르지 않도록 정부는 인재와 생태계 중심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규제보다는 개방과 민간 자율에 무게를 둔 정책이 시급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과의 소통, 유연한 규제 샌드박스, 장기적 인재 확보 전략 같은 구조적 변화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속도에 머물러 있다. 더 이상 남이 만든 기술에 감탄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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